'상습 음주운전' 13명 중 1명만 차량압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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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샘 댓글 0건 조회 3,915회 작성일 20-11-20 20:32본문
'상습 음주운전' 13명 중 1명만 차량압수 왜?
노샘 조언: 국민의 재산권을 정부가 압수한다는 점은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감정적으로 압수해야 한다고 너무 강하게 어필하면 안됩니다.
상습 음주운전 차량압수 시행 4년째..효과 미진
압수영장 신청해도 법원 문턱에..소유권도 사각지대
'음주운전 계속하면 차량 뺏긴다' 사회적 인식도 부족
차량압수 제도 보완 및 활성화..시동잠금 장치 등 병행 필요
음주운전을 거듭하면 차량이 압수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확고히 자리잡지 않았을 뿐더러, 경찰이 차량 압수영장을 요건에 맞게 신청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타인 소유 차량이면 압수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사각지대'도 있다.
결국 상습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선 차량 압수 제도를 좀더 보완해 활성화하고, 시동 잠금장치 등 다양한 예방 방안들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습 음주운전자 13명 중 차량 압수는 '1명' 왜?
고질적인 상습 음주운전을 막고자 경찰이 내세운 강경 방침은 '차량 압수'다. 압수 기준은 △최근 5년간 4회 이상 음주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 △음주운전 전력자가 음주 사망사고 야기 △5년간 2회 이상 음주 전력자가 음주 사고로 중상해 야기 등 크게 세 가지이다.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13대의 차량이 압수돼야 했지만, 실제 압수가 된 차량은 '한대' 뿐이었다. 폐차(4명) 혹은 소유권이 변경(1명)돼 압수가 이뤄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타인 소유 차량도 5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차량 압수는 범죄자 소유 물건만 가능하다. 렌터카 등 타인 소유 차량을 모는 음주운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가 전복되서 압수할 수 없거나 운전자의 차량이 아니고 렌트나 법인차량인 경우 등 여러가지 이유로 압수영장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음주운전으로 치킨배달 가장을 숨지게 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에도 가해차량인 '벤츠'는 회사 법인 차이기에 압수 대상에서 빗겨갔다.
상습 음주운전이라도 차량 소유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에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량을 빌려줬을 경우 등 실질적 '공범' 관계일 때는 압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막상 차량이 본인 소유라도 압수를 피해가는 경우도 상당하다.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특별단속 기간 중 상습 음주운전자 두명에 대한 차량 압수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중 한명은 기각됐다.
기각된 이는 60대 A씨로, 음주운전 경력이 총 8회에 달하는 상태에서 지난달 또다시 혈중알코올농도 0.151%(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교통 사고를 내 3명이 다쳤다.
법원은 △차량이 범죄에 이용됐다고 보기 힘들고 △재산권 침해 정도 등을 봤을 때 비례 원칙에 반한다 등의 취지로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법원은 차 열쇠만 압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상습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차 열쇠는 새로 만들면 얼마든지 시동을 다시 켤 수 있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법원의 입장도 그렇고, 사회 정책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상습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을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경찰의 차량 압수 기준은 지난 2016년 검찰과 함께 마련했다. 상습 음주운전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다. 이러한 압수는 형법 제48조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다'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최근 3년 간 43~46%에 이르고 있다. 마약 재범률 보다 10%p 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습 음주운전 하면 차가 압수된다는 확고한 인식 필요"
대검찰청의 지난해 10월 연구용역 보고서인 '음주운전 처벌강화방안 실시에 따른 시행성과 분석 및 해외처벌 실태'에 따르면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에 대해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인지 조사를 한 결과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26.4%인 반면, '내용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들어는 봤다'나 '어느 정도 알고 있다'에 그쳤다. 확고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자리잡진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운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9.2%로, 내용을 모르는 집단(69.5%)에 비해 많았다. 예방 효과가 일부 발휘된 셈이다.
경찰은 압수 효과와 인식을 더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10월 압수 범위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4회 이상 음주운전'에서 '최근 5년간 3회 이상'으로 지침을 변경하고, 사망사고 뿐만 아니라 '중상해 사고 야기'도 추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검찰 측과의 협의에서 '재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중상해 사고 야기만 추가하는 것으로 지침 변경은 마무리됐다.
◇해외 '상습 음주' 차량 경매까지…"실질적 압수와 다양한 제도 도입 필요"
하지만 상습 음주운전 문제가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관용'을 베풀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검 연구용역 보고서는 "자동차는 서민의 이동수단으로서 생계에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관용을 베풀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번호판의 영치나 단기간의 압류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고, 뉴질랜드와 같이 몰수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동차의 신규등록을 제한함으로써 몰수의 실효적인 관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량 압수만으로 놓칠 수 있는 상습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차량 압수는 위화적 효과를 주긴 하지만, 아무리 뺏어도 공유차량, 렌트카가 너무나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상습 음주운전이 너무나 쉬운 상황"이라며 "음주를 했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잠금장치를 속히 도입하거나,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등 다양한 제도가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의 경우 차량 압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7개 주에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캘리포니아는 음주운전 4회 위반일 때 차량을 30일 이상 압수한다. 워싱턴의 경우 2회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법원이 운전자의 차량을 압류해 판매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 주는 몰수한 차량을 경매에 매각하도록 규정한다.
핀란드는 음주운전자에게 차량을 빌려준 사람을 처벌하는데, 최대 12개월 이하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덴마크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도 차량을 몰수한다. 이밖에 프랑스, 호주, 영국 등에서도 압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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